키보드 대전 구경만 하러 갔다가 키보드를 세 대나 들고 나올 줄은 몰랐다. 건대입구역 롯데백화점 지하 1층에서 행사가 열렸을 때 기계식 키보드 여러 개를 직접 눌러보고 샀는데, 그중 지금까지 제일 손이 자주 가는 게 앱코 AF108PRO 코랄블루 소복눈축이다.
지금은 집에서 커플 키보드로 쓰고, 한 대는 회사에 가져가서 업무용으로 쓴다. 이 글에는 키감과 소음이 어땠는지, 집과 회사에서 써보니 뭐가 좋고 뭐가 아쉬운지, 그리고 다른 키보드를 또 살 마음이 있는지까지 솔직하게 적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음은 줄이고 싶은데 키를 눌렀다는 느낌까지 죽이고 싶진 않은 사람에게 잘 맞았다. 완전 무소음이나 들고 다니는 키보드를 찾는다면 이 제품은 아니다.
앱코 AF108PRO 기본 스펙
| 구분 | 내용 |
|---|---|
| 제품명 | ABKO AF108PRO 코랄블루 (앱코 x SOAI 콜라보) |
| 배열 | 104키 풀배열 + 볼륨 노브 |
| 연결 | 유선(USB-C 분리형), 2.4GHz 무선, 블루투스 |
| 배터리 | 10,000mAh |
| 스위치 | 소복눈축 (저소음 택타일, 키압 약 42g) |
| 키캡 | PBT 이중사출, 체리 프로파일 |
| 구조 | 가스켓 구조, 흡음재, 스위치 핫스왑(3핀·5핀) |
| 크기·무게 | 445 x 141 x 43mm, 약 1,029g |
| 기타 | RGB 백라이트, macOS 호환 모드, 전용 소프트웨어 |
AF108PRO는 앱코와 키보드 제조사 SOAI가 함께 만든 모델이다. 스위치는 소복눈축 말고도 세이야축, 저소음 너울축, 경해축 중에서 고를 수 있고, 가격은 스위치와 판매처, 행사에 따라 6만 원대 후반에서 8만 원 초반까지 조금씩 다르다.
코랄블루를 고른 이유, 디자인과 무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코랄블루 색상이었다. 흰색 바디에 파란색과 붉은색 포인트가 들어가 있는데, 사진보다 실물이 색 조합이 훨씬 정돈돼 보인다. 게이밍 키보드처럼 요란하지 않고 책상에 적당한 포인트만 준다. 두 대를 나란히 놓고 커플 키보드로 쓰기에도 부담이 없다.
104키 풀배열에 상단에는 볼륨 노브가 달려 있다. 유선, 2.4GHz 무선, 블루투스 세 가지로 연결되고, 블루투스는 세 대까지 멀티페어링이 된다.
무게는 약 1,029g이다. 가볍진 않다. 대신 책상 위에서 잘 안 밀린다. 타자를 빠르게 치거나 손을 크게 움직여도 키보드가 따라 움직이지 않아서 이 부분은 확실히 만족한다. 반대로 들고 다닐 일이 많은 사람에겐 이 무게가 단점이 된다. 가방에 넣어 다니는 키보드가 아니라 집이나 회사 책상에 붙박이로 두고 쓰는 키보드다.
소복눈축 실제 키감과 소음
소복눈축은 앱코와 SOAI가 함께 선보인 저소음 택타일 스위치다. 눌러보면 키가 내려가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손끝에 아주 약한 걸림이 느껴지고, 그 지점을 지나면 부드럽게 내려간다.
청축처럼 구분감이 세거나 딸깍거리는 스위치는 아니다. 그렇다고 저소음 리니어처럼 아무 걸림 없이 미끄러지는 느낌도 아니다. 택타일이긴 한데 걸림이 꽤 순한 편이라, 체감상으로는 리니어와 택타일 사이쯤에 있다.
소리는 무음이라기보다 낮고 정돈된 ‘톡톡’ 소리에 가깝다. 여러 키를 빠르게 치면 이름처럼 소복소복 쌓이는 듯한 소리가 난다. 저소음축 특유의 먹먹함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푹신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오래 문서를 쓸 때도 손끝이 크게 피곤하지 않았고, 키를 눌렀다는 감각은 분명하게 남는다. 소음을 줄이겠다고 타건감까지 죽여버린 저소음축이 아니라는 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다만 키마다 소리가 똑같진 않다. 문자키는 꽤 차분한데 스페이스바만 조금 더 크게 들린다. 다른 키가 조용하니까 스페이스바 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도드라지는 것 같다. 그러니 소복눈축은 일반 기계식보다 조용한 것이지 무소음 키보드는 아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커플 키보드와 회사용으로 써본 장단점
집에서는 커플 키보드로
같은 제품을 함께 쓰니 책상 분위기를 맞추기 좋고, 서로 키감이 달라서 적응할 일도 없다. 풀배열이라 게임 전용 키보드가 아니라 문서 작성, 숫자 입력, 검색 같은 일반적인 PC 사용을 다 커버한다. 숫자패드를 따로 살 필요가 없다는 것도 편하다.
회사에서는 업무용으로
저소음이라 일반 기계식 키보드보다 주변 눈치가 덜 보인다. 타자를 빠르게 치는 편인데도 날카로운 딸깍 소리가 나지 않아서 쓰기 수월했다. 다만 아주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스페이스바와 빠른 연속 타건 소리가 들릴 수 있다. ‘저소음’이라는 단어만 보고 무소음을 기대하면 실제 느낌과 차이가 난다.
아쉬웠던 점
- 1kg이 넘는 무게와 풀배열 크기 때문에 휴대용으로는 안 맞고, 책상이 좁으면 마우스 둘 자리가 줄어든다.
- RGB는 키 사이와 하단에서 분위기를 내는 방식이라 키캡의 한글·영문 각인이 환하게 비치진 않는다. 불을 끄고 글자를 보면서 치는 사람에겐 불편할 수 있다.
- 강한 걸림을 좋아하는 택타일 마니아에게는 구분감이 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추천하는 쪽은 이렇다.
- 사무실에서 쓸 저소음 기계식 키보드를 찾는 사람
- 저소음축은 먹먹해서 재미없다고 느꼈던 사람
- 숫자패드까지 있는 풀배열이 필요한 사람
- 커플이나 가족끼리 같은 키보드로 맞추고 싶은 사람
반대로 완전 무소음을 원하거나, 가방에 넣어 들고 다녀야 하거나, 청축 같은 뚜렷한 클릭감이나 강한 택타일이 좋은 사람에겐 맞지 않는다.
다른 키보드를 또 살 생각이 있을까
솔직히 지금 당장 AF108PRO를 바꿀 생각은 없다. 집과 회사에서 필요한 역할을 이미 다 해주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기계식 키보드에 대한 호기심까지 사라진 건 아니라서, 새로 산다면 이 키보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강한 택타일축이나 다른 배열이 궁금해서일 것 같다.
참고로 AF108PRO는 스위치 핫스왑이 된다. 다른 축이 궁금할 때 키보드를 통째로 새로 사는 대신 스위치만 바꿔보는 방법도 있다.
총평
ABKO AF108PRO 소복눈축은 소음은 줄이면서 기계식다운 손맛은 포기하기 싫은 사람에게 잘 맞았다. 부드럽게 내려가다 초반에 살짝 걸리는 구분감, 책상에서 밀리지 않는 묵직한 본체, 풀배열과 3모드 연결까지 실사용에 필요한 게 고르게 들어 있다.
저소음축은 너무 먹먹해서 재미없다고 느꼈다면 한 번 눌러볼 만하다. 반대로 청축처럼 선명한 클릭감이나 손끝에 세게 걸리는 택타일을 기대한다면 소복눈축은 순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나는 행사장에서 여러 키보드를 직접 눌러보고 샀는데, 이 제품도 가능하면 먼저 타건해보고 결정하라고 말하고 싶다. 키보드는 스펙보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차이가 더 큰 물건이라서다. 내 기준으로는 커플 키보드와 회사용, 두 역할을 다 잘 해내고 있고 당분간은 바꾸지 않고 계속 쓸 것 같다.
자주 묻는 질문
소복눈축은 시끄러운가요? 일반 기계식 키보드보다는 조용하지만 무소음은 아니다. 문자키는 차분한 편이고 스페이스바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린다.
소복눈축은 리니어인가요, 택타일인가요? 저소음 택타일 스위치다. 다만 걸림이 순한 편이라 강한 택타일을 기대하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
AF108PRO는 몇 대까지 연결되나요? 블루투스는 세 대까지 멀티페어링이 되고, 2.4GHz 리시버와 유선(USB-C)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
스위치를 바꿀 수 있나요? 핫스왑을 지원해서 3핀·5핀 스위치를 교체할 수 있다.
들고 다니기에 괜찮은가요? 약 1kg이 넘는 무게에 풀배열이라 휴대용으로는 적합하지 않고, 책상에 두고 쓰는 용도에 맞다.